한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죠.
> “채권? 걱정 없어. 등급 A1이면 거의 금고 속 현금이지.”
“게다가 강원도가 보증했잖아. 지자체가 책임진다는데 뭐가 문제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 믿음 하나로 거래된 2,050억짜리 채권이
대한민국 자금시장을 송두리째 흔들 줄은 아무도 몰랐죠.

시작은 레고랜드였다. 진짜 그 레고 맞다.
강원도는 “우리도 테마파크 하나 세우자!”며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 코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ㆍ땅 정리하고
ㆍ인프라 깔고
ㆍ공기업(GJC)을 만들어
ㆍ채권 2,050억 원을 발행!
그리고 강원도는 시장에 이렇게 외쳤죠:
> “걱정 마세요! 강원도가 보증합니다!”
“이거 완전 안전빵이에요!”
→ 채권 등급은 단숨에 A1
→ 은행, 증권사, 기관투자자들 줄줄이 매수
그런데 몇 달 후, 사건이 터진다
2022년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공식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 “우린 이 채권, 못 갚을 수도 있어요.”
“보증 포기합니다.”
그 말 한 마디에,
시장 반응은 단 하나였습니다.
“미쳤다.”

채권시장은 멘붕했다
A1 등급?
지방정부 보증?
다 소용없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채권을 갖고 있던 금융사들은
“이제 뭐 어떻게 해?”
“혹시 다른 지자체도 손절하는 거 아냐?”
→ 채권 금리 폭등
→ 자금줄 차단
→ 건설사 PF 중단, 회사채 마비, 증권사 유동성 위기
→ 시장 전체가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A1 등급? 숫자는 숫자일 뿐
참고로 A1 등급은요,
단기 채권 중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거의 현금처럼 안전하다”는 뜻이고,
정부, 대형은행, 우량 대기업 정도가 받아야 할 레벨이에요.
그래서 대부분 투자자들은 A1을 보면 “이건 사고 나도 나라가 해결해주겠지” 하는 심리로 그냥 사요.
그런데 그 믿음이
“우린 안 갚을 수도 있어요” 한 마디로 날아간 겁니다.
→ 등급이고 뭐고, 신뢰가 무너지면 끝
그래서… 정부가 소방차를 꺼냈다
물통? 아니요, 50조짜리 소방차입니다.
ㆍ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
ㆍCP, PF채권 매입 개시
ㆍ한은이 직접 증권사에 돈 빌려줌
ㆍ강원도 채권? 정부가 대신 갚겠다 선언
→ 시장이 "휴…" 하고 겨우 안정을 찾습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이거였죠:
> “레고랜드 하나가 대한민국 채권시장 신뢰를 날려버릴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럼 이건 왜 그렇게 심각했을까?
1. 지방정부 보증도 안 믿기게 됐다
지금까지는 **"지방채는 안전"**이 공식이었거든요.
강원도는 그 공식을 박살 냈습니다.
2. A1 등급? 숫자는 숫자일 뿐
그 등급을 주는 이유는 “안정적”이란 전제가 있을 때만 유효합니다.
그 전제가 무너지면? 등급은 장식에 불과하죠.
3. 외국인도 놀랐다
해외 투자자들 반응은 이랬습니다:
> “한국 지방채가 이런 리스크였다니…”
“한국 채권시장 믿고 투자해도 돼?”
→ 외국 자금 이탈 조짐 → 환율 요동
한 문장 요약하자면?
“이건 레고랜드가 아니라, 신뢰랜드였다.”
그 신뢰가 무너진 순간,
수천억이 흔들리고
수십 조 원이 긴급 투입됐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미안, 우리가 책임질게” 해야 했습니다.
마무리
레고랜드는 아이들이 노는 곳이었지만,
2022년 대한민국에선
어른들이 덜덜 떠는 공포의 시작점이었죠.
그 한마디—
> “우리 채권, 안 갚을 수도 있어요.”
—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채권시장의 심장에 칼을 꽂은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심장에 붕대를 감는 데는
무려 50조 원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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