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계속 오를 줄 알았다. 그 믿음은 곧 재앙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두 편에 걸쳐 경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붕괴,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그건 단순한 숫자의 폭락이 아니었습니다.
가정이 무너지고, 은행이 사라지고, 나라가 흔들린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그 비극의 시작, 1편입니다.

1. 1920년대 – 꿈같은 번영, 그러나 위태로운 땅 위에
1920년대 미국은 흡사 영화처럼 번영하고 있었습니다.
전기, 자동차, 라디오, 백화점, 광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사람들은 “미래는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 믿었죠.
> “당신이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면, 주식을 사세요.”
– 당시 증권사 광고 문구 중
주식은 매일같이 올랐고,
길거리의 신문팔이부터 변호사, 농부, 가정부까지 모두가 증권 계좌를 열었습니다.
그 중 상당수는 ‘마진 거래’, 즉 빚으로 주식에 투자했죠.
당시엔 10달러만 있으면 100달러어치 주식을 살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는 중이었습니다.
적어도 겉보기엔.
2. ‘거품’은 웃고 있었지만, 안에서 썩고 있었다
겉은 화려했지만, 미국 경제는 점점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ㆍ기업 이익은 정체되고 있었고,
ㆍ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였으며,
ㆍ과잉 생산으로 재고가 쌓여가기 시작했죠.
그러나 누구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 “이건 단순한 조정일 뿐. 결국 다시 오를 거야.”
사람들은 주식을 더 사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심지어 가족, 친구 돈까지 끌어모아 투자했습니다.
시장은 이미,
현실이 아닌 믿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겁니다.
3. 1929년 10월 24일 – ‘검은 목요일’, 지옥의 문이 열리다
그날 아침, 뉴욕 월가.
유독 많은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정체불명의 대형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를 시작한 것이죠.
시장에선 귓속말이 퍼집니다.
“큰손들이 빠지고 있다.”
“이건 진짜 심상치 않다.”
“지금 안 팔면, 끝장이다.”
공포는 전염병처럼 번졌습니다.
증시 전체가 패닉에 빠진 겁니다.
ㆍ검은 목요일(1929.10.24): 하루에 1,300만 주 거래
ㆍ검은 화요일(1929.10.29): 무려 1,600만 주가 쏟아졌고,
다우지수는 단 몇 달 만에 381 → 198 → 41포인트까지 추락.
무려 89% 하락.
>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코스피가 3,000에서 330으로 떨어지는 셈입니다.

4. 마진콜과 강제 청산 – 시장은 끝없는 낙하를 시작했다
주가가 하락하자, 브로커들은 투자자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더 돈을 넣으세요. 안 그러면 주식을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 강제 매도 → 주가 하락 → 또 강제 매도
지옥의 루프가 시작된 거죠.
한마디로,
이건 경제가 아니라 심리의 붕괴였습니다.
돈이 빠진 게 아니라, 신뢰가 무너진 것입니다.
5. 그 후 벌어진 일들 – “은행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진짜 비극은 증시 폭락 후에 찾아옵니다.
■ 은행 파산의 연쇄 폭탄
사람들은 자신이 맡긴 돈을 인출하려고 은행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출로 빠져나간 돈은 없었고,
은행은 무너졌습니다.
단 4년 동안, 미국 내 9,000개 은행이 파산
예금자 보호법이 없던 시절,
수백만 명이 평생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 실업과 굶주림
미국 실업률: 3% → 25%
기업 수천 곳이 문을 닫고,
농민들은 밀값이 떨어져 곡식을 불태웠습니다.
수백만 명이 노숙자가 되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뉴스는
“어제 또 한 명의 투자자가 월가 옥상에서 투신”
6. 도대체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대공황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완벽한 폭풍’**이었죠.
▶ 1. 빚투로 만든 거품
마진 거래는 상승장에선 부를 만들어주지만,
하락장에선 수천만 명을 지옥으로 끌고 갑니다.
▶ 2. 소득 불균형과 소비 둔화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40%를 차지하고,
대다수 국민은 실질소득이 늘지 않으니,
상품은 팔리지 않았고, 공장은 멈췄습니다.
▶ 3. 정부의 무대응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긴축 정책을 유지했고,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불이 붙었는데 아무도 물을 뿌리지 않았던 셈입니다.

7. “이건 자본주의의 종말인가?”
거리의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지도 몰라.”
길거리에는 1센트짜리 사과를 파는 전직 은행원이 있고,
아이들은 수프 한 그릇을 위해 줄을 섰으며,
신문 1면엔 매일 같이 자살 기사와 도산 소식이 실렸습니다.
대공황은 단지 숫자가 아닌, 삶의 붕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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